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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지리산이 품어주는, 따뜻한 구례에서 찾은 행복

작성일 2023-04-05

조회 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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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에세이
트래블러 낭만구례댁의 구례스테이

#에세이#구례#구례스테이#여행










얼마 전 나영석 피디의 예능 프로 <윤스테이> 가 첫 방영이 되고 주변 지인들에게 연락을 많이 받았다. 내가 처음 구례로 이사를 간다고 했을 때 대부분 ‘구례가 어디지?’ 들어는 봤는데 한 번도 안 가봤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화엄사 말고는 아는 게 없었으니 이해가 된다. 구례가 고향인 남편을 만나 구례 살이를 한지 어느덧 4년 차가 되어간다.


요즘 같은 시기, 단순한 일상이 감사할 때 복잡한 도시를 벗어난 작은 시골 마을이 사람들에게 끌렸던 것 같다. 전라남도에서 가장 인구가 작은 3만 명이 채 안 되는 이곳, <윤스테이> 출연진들도 ‘구례’라고 하니 진짜 멀다고 놀랬지만 생소함 때문일까, 사실 서울에서 구례까지 버스로는 3시간 10분, KTX를 타면 2시간 반이면 가능한 거리이다.









남편이 남자친구였을 때 먼저 구례에서 직장을 잡고 나는 앞으로 우리가 여기에서 잘 지낼 수 있을지 조사차 여행을 온 적이 있다. 첫 느낌은 산에 둘러싸여 있어 조금은 답답했지만 높은 건물이 없는 것은 좋았고 생각보다 더 작고 조용했다.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시골 마을에서 혼자 뭘 할까 생각하다 그는 내게 작은 수영장이 있으니 수영복을 챙겨오라고 했다. 3천 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간 수영장은 통창 유리로 되어있어 지리산이 한눈에 시원하게 보였다.


평일의 오후라 한가하여 레인 하나를 혼자 쓰며 유유히 수영을 하고 있으니 좋아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 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인공 사치에가 낯선 핀란드에 살며 카페를 운영하는 이야기인데 종종 수영장에서 수영을 한다. 그 모습이 타국에서의 외로움을 달래며 몸과 마음을 단단하게 하는 모습 같아 인상적이었다. 나에게도 구례는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이지만 가끔 심심할 때, 이렇게 와서 수영할 수 있는 멋진 곳이 있다면 여기에 살아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해 가을 구례에서 결혼식을 하고 이듬해 봄, 오랜 꿈이었던 시골 골목의 작은 커피집 주인장이 되었다.









여행 온 카페 손님들은 도시에 살다 시골에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고 종종 물어본다. 물론 도시보다 문화적으로 즐길 거리가 부족하고 조금만 어두워지면 상점들이 문을 닫는 조용한 시골 마을이 가끔은 심심하기도 하지만 천천히 흘러가는 이곳의 시간이 나는 참 좋다.





 




바쁘게 하루를 보낸 날이면 퇴근 후 뻥 뚫린 섬진강 변에서 남편과 나리와 산책을 하면서 그날의 피로를 푼다. 자연 가까이 살며 계절의 변화를 오감으로 느끼는 것 또한 시골 살이의 즐거움이다. 봄이 되면 노오란 산수유 꽃, 벚꽃 구경을 하고 여름이면 근처 계곡으로 물놀이를 간다. 가을이면 가벼운 등산을 하거나 숲으로 소풍을 가고, 겨울에는 눈 쌓인 지리산을 보며 시골의 사계를 느낀다. 이곳 자연에서 나는 신선한 제철 재료로 만든 요리를 먹는 것도 잊지 않는다.









“한 군데라도 좋으니 조그맣고 밝은 가게가 생겨, 이 동네의 나른함에 매몰되지 않고 사람을 불러들일 수 있도록. 누구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이 동네를 아끼고 그리고 그 애정이 담긴 발로 길을 타박타박 걸을 수 있도록. 이 동네를 찾은 관광객이 뭐라 말할 수 없는 그리움과 정겨움을 느끼고, 또 오리라는 소중한 마음을 여기 사는 사람들의 양식이 될 수 있는 빛을 뿌리고 가는 날이 올 수 있도록”


<요시모토 바나나> ‘바다의 뚜껑’




작은 시골에서 카페를 하는 내 마음을 잘 표현해 주어 종종 찾아보는 책이다. 카페에 오는 손님들 중 이곳을 계절마다 오고, 자주 찾는 분들의 특징을 보면 지친 도시에서의 짐은 잠시 내려놓고 천천히 작은 동네를 걷고 자연을 있는 그대로 즐긴다.










구례는 가벼운 배낭 하나 메고 큰 기대 없이 느림을 즐기며 쉬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고단한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에서 받은 위로로 다시 힘을 받고 가길 오늘도 내 커피 한 잔에 작은 마음을 넣어본다. 반대로 나는 시골의 나른함이 지루하다 느껴지고 신선한 자극이 필요할 때 도시로 여행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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