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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플스테이,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

작성일 2023-04-06

조회 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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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에세이
트래블러 낭만구례댁의 템플스테이

#잠시멈춤#휴식#템플스테이#자유










올해 달력의 마지막 장을 남겨두니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카페를 운영하며 목표했던 일들도 있고 벌인 일들이 많았으나 생각지도 못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계획대로 잘되지 않았다. 마음은 조급하지만 무기력했고 딱히 걱정할 것도 없는데 마음은 편치 않았다. 이런 게 ‘코로나 블루’ 인가 싶어 인터넷도 찾아보았다. 그러다 점차 상황이 좋지 않아져서 나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겨울 방학을 하면 가성비도 좋은, 태국 치앙마이 같은 따뜻한 나라로 가서 한량처럼 보내는 게 꿈이었으나 해외는 둘째치고 제주도 한 달 살 이도 상황이 이전보다 심각해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 템플스테이가 떠올랐다.









겨울 방학을 하면 가성비도 좋은, 태국 치앙마이 같은 따뜻한 나라로 가서 한량처럼 보내는 게 꿈이었으나 해외는 둘째치고 제주도 한 달 살 이도 상황이 이전보다 심각해 마음 편히 돌아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혼자 조용히 시간을 보낼 곳이 없을까 생각하다 템플스테이가 떠올랐다.










주차를 하면 바로 보이는 천은 저수지를 따라 조금 걸으면 수홍리, 절에 들어가는 다리가 나온다. 절에 들어오니 마음이 경건 해지고 행동도 천천히 움직이게 된다. 안내를 받고 저녁 공양이 있는 5시까지 자유 시간이라 우선 집에서 챙겨온 커피를 내려 마셨다. 새소리만 들리는 조용한 절에 들어와 혼자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여느 카페가 부럽지 않다. 옆 옆방에 여자분 혼자 와 나, 둘 밖에 없어 정말 조용했다.










템플스테이를 하며 기대했던 것 중 하나는 공양 시간이다.


평소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져 이틀 동안 건강식 절 밥을 먹어 보고 싶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 명씩 테이블에 앉았고, 식사 중엔 묵언을 하며 오로지 밥 먹는 것에 집중했다. 양배추가 이렇게 달고 맛있었었나 생각했다. 젓갈이 들어가지 않는 김치는 깔끔하고 개운하며 하얀 흰밥도 찰지고 맛있었다.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 좋았고, 속이 편해서 집에 돌아가면 일주일에 며칠은 이렇게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휴식 형의 경우에는 공양 시간을 제외하면 모두 자유 선택이다.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차분한 마음을 위해 저녁 예불에 참여해보았다. 예불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는 길, 까만 밤의 별이 빛났다. 따뜻하게 데워진 방바닥에서 준비해온 차를 우려 책을 읽고 짧은 일기를 쓰고 남편에게 잘 있다는 문자를 보낸 후 잘 준비를 한다. 지난여름 대리만족을 하며 챙겨본 TV 프로그램 ‘여름방학’ 중 잠들기 전 일기를 쓰는 모습이 여유롭고 좋아 보였다. 그래서 이번 방학에는 매일 일기를 써 볼 것이다. 오늘부터 1일.










열시 소등이라 누웠긴 했지만 잠이 오지 않는다. 일찍 저녁을 먹은 탓인지 배가 고파서 챙겨온 간식을 꺼내 먹을까 말까 고민을 하다 내일 새벽 6시 아침 공양을 위해 잠을 청해 본다.


다음날 이른 아침 식사를 하고 돌아와도 깜깜해서 잠시 누웠다. 눈뜨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꼭 해야 할 일도 없고 그냥 마음이 따라가는 데로 하면 된다. 천은사 주변 천은 저수지는 산책로가 잘 되어있어 새소리 바람소리를 들으며 걷기에 집중해 본다. 잔잔한 호숫가의 윤슬을 바라보며 멍하니 앉아있기도 했다.









겨울바람이 매서워 귀는 시렸지만 따뜻하게 데워진 방으로 들어오니 몸이 금세 녹는다. 어제처럼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내려 책을 보고 잠이 오면 잠을 청하고 그러다 심심하면 영화 한편 보다 산책을 하며 하루를 보냈다. 특별할 것 없는 일들이지만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의 혼자만의 시간은 다른 감정과 다른 생각을 하게 한다. 산책과 근교 여행을 친구 혹은 가족과 함께 해도 좋지만 가끔은 오롯이 혼자가 될 수 있는 나 홀로 템플스테이를 추천한다.











대화할 누군가가 없어 처음에는 어색하고 때론 심심하다 느끼며 외롭다고도 생각이 들었지만 나는 그런 시간이 필요해서 이곳으로 왔다. 일상 속에서 여러 관계에 지치고 다른 사람과 맞춰가는데 힘을 써 나를 돌볼 시간이 부족했다. 우리는 때론 지극히 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이틀의 시간이 내 삶에 크게 변화를 주지는 않았으나 코로나로 우울하고 불안했던 마음을 달래며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온전한 쉼,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으로 다시 일상을 살아가게 하는 힘을 얻고 간다.




📍 지리산 천은사 http://www.choneuns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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